김영하 작가의 책은 소설보다는 에세이가 좋은 것 같다. 소설가로서 유명해졌지만 나는 그의 소설보다는 그의 생각이 궁금할때가 많다. 작가로서의 김영하도 사랑받지만, 알쓸신잡의 김영하를 더 좋아한다는 뜻이다.
빛의 제국은 대략 십년 혹은 십년보다 조금 더 이전에 나온 소설로 알고있다. 확인은 해보지 않았지만, 담아내는 내용이 그렇다. 피씨방에서 스타크래프트를 하는 학생들의 묘사라든지, 혹은 휴대폰으로 문자를 하는 것들? 씨디를 쓴다든지. 내용이 과거의 up-to-date를 담아내고 있다. 그 당시에는 트렌디했지만, 지금에 지나서 보면 조금은 촌스러운 것들. 내가 그 당대에 이 소설을 읽지 않았기 때문에, 그 당대에서 소설을 읽었다면 어떤 느낌으로 받아들였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소설의 줄거리를 약술하자면, 10년 넘게 지령없이 평범한 대한민국의 시민으로서 살아온 남파간첩 기영이 느닷없이 북으로 귀환하라는 지령을 받은 이후의 24시간-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재밌게 읽었다. 한 2-3시간 정도면 후루룩 읽어낼 수 있다. 그의 소설은 가독성이 매우 좋은 편이다.
소설의 얼개는 나이를 먹은 작가나 막 등단한 작가나 새로운 것을 구사할 수 있다. 하지만 그 소설 속의 캐릭터들은 작가가 나이를 먹듯이 어떤식으로든 세월의 때가 묻는다. 얼마전 정글만리를 읽었을 때- 이야기 속에서 이십대 청년들이 용용죽겠지?를 하는 모습이란... 아무리 사전조사를 잘 한다 한들, 팔십대의 노옹이 이십대의 대화나 생각을 오롯이 이해하고 소설에 반영할수있나?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제 김영하 작가도 오십의 초입에 들어선 것으로 아는데, 이제 세련되거나 트렌디한 작법이나 주제를 담아내기에는 시간이 조금 지났나라는 생각을 혼자 해보았다. 어디까지나 나의 생각이다.
김영하 책은 그가 소설에 대해 묘사한 대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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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딱히 이렇다 할 할 말이 없어도 괜찮아요. 무언가 말하기 위해서 소설을 쓰는 건 아니잖아요. 소설은 흥미로운 정신의 미로 같은 걸 설계해서 독자들이 스스로 탐험할 수 있도록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일종의 정신적 테마파크를 건설하는 거죠. 그와 달리 산문에는 반드시 명확한 메시지가 있어야 돼요. 하나의 주제가 있어야 되는 것이죠. 그러니까 감정적이라기보다 이성적으로 사고할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산문에는 남다른 생각이 담겨 있어야 돼요. 남과 똑같은 생각을 풀어내기 위해서 쓸 필요는 없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난 김영하 책은 즐겁지만, 책을 읽고나서 남는 여운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아닌 책도 물론 있겠지만 전반적인 소설들이 다 그렇다.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하지만 가장 인상깊었던 책을 꼽으라고 하면 절대 첫번째로는 나오지 않을 책이 김영하 소설이다... 두 번은 안 읽게 되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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