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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읽은책이야기

하루키의 역작 태엽감는새를 완독하다

by --한소리 201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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널리 알려져 있지만 한 번도 읽지 않은 작가의 책을 읽을때면 한껏 날을 세우고 읽게 된다. 

나는 베스트셀러 순위 같은 것을 믿지 않는다. 판매량이라는 상업적인 기준으로서 세상에 존재하는 책을 줄세우기에는 책에 대한 취향이 사람마다 너무도 남다르기 때문이다. 베스트셀러 순위에 내가 읽게 된 이 책이 오른다 한들, 그것이 나의 취향에 부합하는 책임을 보증해주지 않는다.


일단 시작한 책이면 어지간하면 다 읽으려고 하는 고집이 있는 나에게는 읽을 책을 고르는 데 있어 신중해야 한다. 책을 읽는 다는 것은 세시간-길게는 다섯 시간에 이르는 내 시간을 할애하는 행위이다. 되도록이면 내가 한 이 선택이, 그리고 이 행위가 어떤 식으로든 나에게 의미있게 남길 바란다. 


한국에 출간된 하루키의 책은 서른편이 넘어가는 걸로 알고 있다. 이 책은 먼 북소리에 이어 내가 두번째로 읽은 하루키의 책이다. 그 흔하디 흔한 노르웨이의 숲도 읽지 않았다. 남들이 모르는 원석같은 작가를 먼저 발굴해내고야 말겠다는 이상한 고집이 있다.-_- 그런 고집에 비해서 읽은 작품수가 얼마 되지 않는 다는 것이 함정이다.


태엽감는 새는 하루키를 아주 좋아하는 블로그 이웃님에게 추천받고 읽게 된 책이다. 남자들은 전쟁이야기를 좋아하니까 이 책으로 입문하면 좋을 것 같다는 단순한 이유에서 였다. 읽고보니 꼭 전쟁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줄거리는 검색하면 많이 나오므로 자세한 이야기는 생략한다.

내가 읽은 하루키의 저서는 두 권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이름만 얕게 아는 정도에 불과하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하루키는 '상실'이라는 주제에 대한 관심이 많은 작가임을 알 수 있었다. 노르웨이숲의 한국판 제목이 '상실의 시대'였던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하루키는 우리가 알지못한 채 잃어버리고 말았던 그 어떤 것에 대한 관심이 많은 작가로 보인다.


이 책의 이야기는 주인공인 오카다 도루가 고양이를 잃어버리면서 시작된다. 고양이의 이름은 처남의 이름인 '와타야 노보루'이다. 고양이를 찾기 위해서 영적인 능력을 가진 가노 마루타와, 그의 아는 동생인 가노 구레타를 만나게 되는데, 그러는 와중에 아내가 사라진다. 4권에 이르는 긴 이야기를 한 문장으로 단순하게 요약하면 잃어버린 아내를 찾으러 가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태엽감는 새-는 오카다의 엉뚱한 상상력과도 맞닿아 있는 제목이다. 주인공의 집 근처에는 매일 우는 새가 한 마리 있다. 그 새는 우는 소리가 마치 태엽감는 소리 같아서 주인공은 태엽감는 새라고 이름을 지었다. 이 태엽감는 새는 소설속에서 주인공의 별칭이 되기도 하고, 다른 인물속의 이야기 속에서 등장하기도 하고, 다른 인물의 일기의 제목에 등장하기도 하는 식으로 계속 이어진다. 이 소설의 기묘한 점이다. 아무 상관없어 보이는 사물과, 이야기들이 어떤 식으로의 상관관계를 맺으면서 이야기의 짜임을 만들어낸다. 소설은 그런식으로 현실과 비현실의 경계를 넘나든다. 


얼마전 읽었던 종의 기원을 쓴 정유정 작가와는 대척점에 있는 작가라고 본다. 백 번을 다시 태어나더라도 정유정은 하루키가 될 수 없다. 내가 소설을 만약 쓴다면 정유정 작가의 저서서는 연습으로 흉내낼 수 있겠지만 하루키의 글은 백 번을 다시 태어나도 못 쓸 것 같다. 두 작가의 소설을 읽은 사람이라면 나와 같은 생각에 동감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구의 글이 낫고 누구의 글이 별로고의 문제가 아니다. 둘은 이야기를 만들어나가는 방식에 있어서 완전히 다른 형태를 취하고 있다.


2권 정도 읽을때까지는 무슨 얘기를 하고 싶은 건지 알 수 없다.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지만, 마지막 4권까지 완독하고 나니 이 소설은 하고싶은 말이 꽤 뚜렷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 끝에 나오는 평론가의 논평에도 어느 정도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다.

'잃어버린 것이 무엇인지 알아내는 것, 그리고 찾아오는 것'이 이 소설을 관통하는 큰 이야기의 주제라고 스스로 정리해봤다. 


읽기에 무거운 책은 아니지만, 그래도 책이 4권으로 스토리의 양이 어느 정도 되다보니, 그 정도의 독서력은 가진 사람이 읽는 것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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