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동감독의 버닝 후기(스포 약간 있음)

이창동감독의 버닝 후기(스포 약간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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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동 감독이 만든 수많은 영화들이 있었잖아요. 초록물고기, 밀양, 오아시스, 박하사탕 생각나는 것만 써도 꽤 많이 나오는데요. 저는 여태껏 하나도 보질 않았어요. 끌리지 않았어요. 어린 마음에 영화예고편을 보면 너무 어둡고 지루한 느낌이 강했기 때문인데요. 어느덧 저도 나이를 먹고 이창동 영화를 이해할 수 있는 나이가 되어서, 버닝을 보게 되었습니다.

 

버닝은 젊은이들의 이야기예요. 크게는 세명의 인물이 나옵니다. 종수라는 인물과, 해미 그리고 벤인데요. 짤막한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유통회사 알바생인 종수가 우연한 기회로 어릴적 친구인 해미와 만나게 되는데요. 해미와 종수는 첫 만남에 마음이 맞아 잠자리까지 함께하게되요. 해미는 이후 아프리카 여행을 갔다가 벤이라는 인물을 만나게되고, 한국에 돌아오자마자 벤을 종수에게 소개합니다. 종수와 벤은 경제적으로 사회적으로 양극단에 있는 인물인데요. 분노조절장애를 앓으며 재판중인 아버지와, 어릴적 자신과 누나를 버리고 떠난 어머니 아래에서 경제적으로 정서적으로 궁핍하게 자라온 종수- 고급승용차를 몰고 이렇다할 직업도 없이 강남의 고급빌라에 거주하며 친구들과 파티를 하고 해외여행을 다니는 벤은 대비됩니다. 해미는 이 두 인물의 중간에서 갈등을 조장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어요.

 

이 영화가 아쉬웠던 점은?

젊은이들의 삶을 비추는 방식이 좀 촌스럽다고 느꼈습니다. 극단적으로 결핍이 있는 종수와 물질적으로 풍요로운 벤이라는 양 극단의 인물을 20대의 표상으로 잡은게 좀 아쉬웠어요. 제가 연출자가 아니라 대안은 생각해보지 않았지만 다른 방식이었다면 좋았을 것 같아요. 꼭 인물설정을 바꾸지않더라도 이창동감독이 영화속에서 인물을 소개하고 풀어나가는 방식이 좀 촌스럽다고 느꼈어요. 부자니까 포르쉐를 모는 모습을 딱 보여주고, 종수는 가난하니까 흙과 먼지로 잔뜩 뒤덮힌 포터를 몰고, 벤은 부자니까 반포의 고급빌라에 사는 설정으로 하고, 종수는 가난하니까 휴전선 근처의 시골마을에 사는 모습을 보여주자. -최선은 아니었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극중에서 자주 나오는 표현인 '메타포'를 좀 고루하게 구사했다고 생각했어요. 좀 더 세련된 메타포는 없었을까 하는 아쉬움이 듭니다.

 

이 영화가 좋았던 점은?

이야기를 끝까지 끌고 나가는 힘이 있다.

영화 초반에 베드신이 나오고,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도 하지만 소문답게 스토리텔링이 대단한 감독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엔딩크레딧이 올라가는 순간까지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을 놓지못하게끔 하니까요. 저는 뻔한 영화는 보지않아요. 영화를 보기도 전에 이 영화는 대충 이렇게 저렇게 이야기가 흘러가서 결말은 어떻게 끝나겠다는 것이 뻔히 보이는 영화 말이예요. 이 영화는 끝까지 호기심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요즘에는 모호함을 가진 영화가 호평을 받는 것인가?

영화에 대한 해석이 갈리는 영화들이 사람들의 입에 자주 오르내리고, 평가도 좋게 받는 것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영화도 모호해요. 다 보고나서도 결말을 단정지을 수 없구요. 영화의 장면 장면에 대한 해석도 아마 본 사람들마다 달라질거예요. 따라서 어쩔수 없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도 호와 불호가 크게 갈릴 것입니다. 영화를 보고난 뒤 다른 사람들의 리뷰를 읽는 것을 즐겨보는 저로서는 이렇게 평이 갈리는 영화, 영화에 대한 생각이 사람들마다 크게 다른 영화가 나오는 것이 좋아요. 영화를 보고 난 뒤 읽을거리가 훨씬 많이 생기는 것이니까요.

예전에 곡성을 보고 난 이후에도 영화에 대한 리뷰가 참 많이 쏟아져나오는 것을 보고, 이 영화는 감독이 이런 부분까지 의도하고 영화의 이야기 속에 모호함을 심어놓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었는데, 그런 맥락에서 이 영화 버닝도 궤를 함께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영화관에서 상영중이니 관심있는 분들은 영화 버닝 보고 많은 얘기 함께 나눴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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