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은 이걸로 몇 번째인가, 처음 읽었던 태엽감는새, 댄스댄스댄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그리고 학교를 다닐 때 읽었던 에세이집 먼 북소리 까지... 하루키가 워낙 다작하는 작가라 아직 그의 작품을 다 읽기엔 요원하지만 그래도 이제 하루키의 맛을 어느 정도는 봤다고도 할 수 있겠다.
이번에 읽은 소설은 해변의 카프카. 하루키 소설 중에서 가장 어렵게 읽은 작품이다. 소설이라는 것은 원래 의미가 없다. 왜냐하면 소설가가 소설을 쓸 때 독자로 하여금 어떤 교훈을 주려고 의도하지 않기 때문이다. 각자의 독자는 작품을 읽으면서 본인의 지식과 경험에 비추어 새로운 의미를 만들어내고 이를 통해서만 작품은 가치를 갖는다 할 수 있다. 이를 독자반응이론이라고 한다... 어쨌든 이번에 읽은 하루키의 소설은 기존에 읽었던 책들에 비해서는 난해하고 지루한 면이 없지않아 있었다. 그럼 시작해보자.
해변의 카프카에 앞서서 이 소설의 구조를 얘기해보자.
소설은 49장으로 구성. 홀수 챕터는 한 소년의 이야기, 짝수 챕터는 한 노인의 이야기로 구성. 당연히 그렇겠지만 홀수 챕터의 주인공과 짝수 챕터의 주인공은 처음에는 연관이 없는 듯 보이나,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서로 관계가 생겨나게 된다.
해변의 카프카 줄거리(초반의 도입부에 대한 이야기일 뿐,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스포는 없습니다)
첫번째 주인공은 다무라 카프카. 열 다섯살 소년. 아버지와, 어머니, 누나, 그리고 나. 4인 가정의 막내아들로서 태어남. 어머니와 누나는 자신이 네살때 알 수 없는 이유로 집을 떠났음. 아버지로 부터 자신은 자신의 어머니 및 누나와 성적인 관계를 맺게 되리라는 저주를 받음. 까마귀 소년의 메세지를 받고 집으로 부터 가출을 한다. 돈이 없는 어린 학생이 집을 나가서 최대한 오랫동안 버티려면 따뜻한 곳으로 가야한다. 도쿄의 집을 떠나 시코쿠의 다카마쓰로 무작정 향한다. 집을 떠나 와 있는 중에 아버지가 피살 당했다는 뉴스를 티비로 접하게 된다.
두번째 주인공은 나카타라는 이름의 노인. 어릴적에 기묘한 사고를 겪었음. 그리고 그로 인해 사고 이전의 기억을 모두 잃어버림. 사고 이전에는 지적이고 영민한 아이였으나, 사고이후로 바보가 되었음. 지방 관청의 경제적 지원을 받아 생활하는 중. 고양이와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통해 잃어버린 고양이를 주인에게 찾아주는 부업을 하며 돈을 벌고 있음. 장어요리를 좋아한다. 고양이를 찾던 중에 조니워커라는 의문의 인물을 만나게 됨. 조니워커로 부터 자신을 죽이면 나카타가 찾고있는 고양이 고마를 돌려주겠다는 이상한 부탁을 받고 곤란에 빠지게 된다.
해변의 카프카 해석
이 소설이 기존의 소설과 같았던 점
1.클래식에 관한 풍부한 레퍼런스
하루키는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교양이 풍부한 듯 하다. 주인공과 등장인물의 대화를 통해 이에 대한 지식을 유유감없이 뽐낸다. 이번 소설에서 나왔던 작곡가는 슈베르트, 유튜브에 해변의 카프카라고 치면 이 소설에서 언급되었던 슈베르트의 음악이 정리된 채널이 있으니 이를 들으며 이 소설을 읽는 것도 재밌을 듯 하다.
2. 현실과 이계와 꿈을 넘나드는 이야기
하루키는 꿈을 탁월하게 쓰는 작가이다. 꿈은 현실로 이어진다. 꿈은 현실을 바꾼다. 꿈은 현실을 암시한다. 이번 소설에서는 꿈 뿐만아니라 이계도 배경이 된다. 이 소설에서 나오는 '돌'은 현실과 이계의 경계를 허물어 주는 매개가 된다.
3. 성에 관한 이야기.
하루키 소설의 표제적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성에 관한 이야기. 이 소설에서도 어김없이 나온다. 성은 대개 꿈을 통해 발현되고, 그 성이라는 것은 폭력적인 방식으로 구사될 때가 많다.
이 소설이 기존의 하루키 소설과 달랐던 점
주인공의 배경이 달랐다. 기존의 주인공은 30대 남자였다면, 이번 소설은 열 다섯살 소년. 하루키는 어느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그 소년은 자신을 암시한다고도 했다고 한다.
이 소설에서 레퍼런스로 삼은 신화 : 오이디푸스 왕
불타는 테베가 배경인 이야기. 테베에 떠도는 전염병이 선왕인 라이오스를 죽인 것으로 인한 것이라는 신탁을 받음. 저주받은 테베를 구원하는 방법은 범인을 찾아 징벌하는 것 뿐.
선왕인 라이오스 왕은 신탁에서 자신이 낳은 아들이 자신을 죽이고, 자신의 아내를 왕비로 삼게 될 것이라는 내용을 받아, 그아이를 버렸으나, 그 아이가 결국 장성하고 예언의 내용은 실현되고 자신은 목숨을 잃는다. 오이디푸스 왕은 자신이 자신의 아버지를 죽이고 자신의 어머니를 범한 자라는 사실을 알지 못한채 왕위에 오른다. 하지만 예언의 내용을 뒤늦게 알게되고 오이디푸스왕은 자신의 아내이자 어머니인 이오카스테의 금붙이로 눈을 찔러 스스로 장님이 된다.
레퍼런스는 레퍼런스였을뿐, 이 소설속의 카프카가 그 저주로 자신의 운명을 비관하거나 그렇지는 않는 것 같다. 단지 비슷한 일을 경험할 뿐.
하루키 소설의 주인공은 항상 이런식이다. 감정이 담담한 사람. 유머가 있는 사람. 자신의 운명을 받아들이고 나름의 방식으로 극복하는 사람을 다룬다. 그래서 정서적인 소모가 크지 않고 가볍게 볼 수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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