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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읽은책이야기

데이비드 버스의 책 욕망의 진화를 읽고

by --한소리 2019.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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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버스가 쓴 책 욕망의 진화. 정말 읽고 싶었던 책이었는데, 드디어 다 읽었다. 내용이 많아서 읽는데 시간이 꽤 걸렸다. 진화심리학에 관한 책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남자와 여자의 행동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도와주는 책. 너무 재밌게 읽어서 다른 데이비드 버스의 책도 읽고 싶다. 욕망의 진화 뿐 아니라 이웃집 살인마 같은 책도 읽을 예정이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을 자의식의 유무로 구분하기도 하지만, 가끔 내가 하는 행동을 스스로 돌아볼 때면 인간은 욕망의 총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라는 생각을 하곤 한다. 태어나서, 부모님의 보살핌을 받아 자라고, 성인이 되어 한 가정을 꾸리고, 나이가 들고 병이 들어 결국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 긴 시간 동안 이뤄지는 인간의 행동의 기저에는 욕망이라는 단순한 동기가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진화심리학 서적이고, 남녀간의 욕망에 대한 디테일한 설명과 이해를 다루고 있다. 이 책에서 던진 질문들을 살펴보면 이 책이 어떤 내용을 다루는지 조금 더 이해가 쉬울 것 같다. 

 

‘동성애는 왜 존재하는가?’

’남성과 여성은 ‘그냥 친구’가 될 수 있을까?’

’ 남성에게 강간을 담당하는 적응이 있을까?’

’ 여성은 남성의 강간에 맞서는 방어 기제를 진화시켰을까?’

’ 남성과 여성이 속마음을 정확하게 유추해 내는 것은 애초부터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까?’

일련의 연구들을 통해 밝혀진 결론들을 이 책에서는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배우자에 대한 선호에 있어서 남자와 여자가 중요시하는 것과 그 이유들에 대한 부분 혹은 여성의 오르가슴의 존재 이유 등의 파트는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남성에 비해서 여성이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른다고 할 수 있는데, 그 이유는 ‘번식’에 있다. 남성의 경우 한 번에 수백만 개의 정자를 생산하고 한 번의 정사를 통해서 부성 투자를 다 했다고 할 수 있지만, 여성의 경우 그 한 번의 임신으로 인해 다른 배우자와의 가능성을 모두 차단한 채 10개월 통한 에너지를 소모하는 의무적인 투자에 전념을 해야 한다. 잘못된 배우자 선택을 할 경우 그 10개월 이후 양육에 대한 모든 책임을 여성이 혼자 고스란히 떠안아야 할 가능성도 존재한다. 이에 따라서 여성은 자신의 배우자를 까다롭게 고를 수밖에 없었고, 수정과 출산 양육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에서 안정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형질적 특성- 이를테면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 신체적인 능력 등을 선호하게 되었다. 성격적으로는 헌신적이고 다정한 남자에게 끌리는 것도 여기에서 비롯된 이유이다. 현대에 이르러 피임기술이 발달하고 여성의 잠재적 손실이 많이 줄어들고 임신에 대한 두려움을 많이 줄여줬음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성향은 현재도 바뀌지 않고 있다. 

반대로 남성은 여성과 원하는 것이 당연히 다르다. 남성의 번식가치가 경제적 능력, 사회적 지위와 같은 것에 있었다면 남성은 여성의 번식 가치를 판단할 때, 잉태력을 보게 된다. 사회에서 경쟁력이 있는 아이를 낳을 수 있는 건강하고 젊은 여성을 선호한다. 이 외에도 남자는 신체적인 매력을 중시하는데 여기에는 그 여성이 높은 번식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것뿐 아니라 동성 경쟁자들과 잠재적인 이성 배우자들에게 자신의 지위를 알려주는 신호가 되기 때문에 배우자로서 선호하는 것도 있다.

내가 약술한 내용은 정말 이책의 너무너무너무 일부일 뿐이며

이 책에서는 남자와 여자가 선호하는 경향성, 연애,결혼,파경에 이르기까지 남자와 여자의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트리비아를 다루고 거기에 꼬리표를 붙여 하나하나 그 이유를 최선을 다해 설명해주고 있다.

 

책을 읽으면서 조건과 능력을 따지지 않고 순수하게 따질 수 있는 사랑은 정말 어릴 때뿐이었구나. 사실은 그때도 따지지 않은 것이 아니라, 어릴 적의 사랑과 서른 이후의 사랑이 따지는 요소가 달라진 것일 뿐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경제적 능력이나 학력, 사회적 지위 같은 조건을 따지지 않던 시절의 순수한 마음(?)을 그리워하는 것도 한편으로는 그 외의 것이야말로 변하지 않는 것들이라는 환상에서 비롯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자기가 노력한 만큼 원하는 것은 원이라고 하고, 자기가 노력한 것보다 더 과하게 바라는 것은 욕심이라고 했다. 남자와 여자를 떠나서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상대방으로부터 얻어내기 위해 얼마나 많은 거짓과 허세가 숨어있는가. 그것도 욕심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그것들은 시간이 지나면서 결국 본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책의 중간쯤에 있는 내용을 발췌해보았다.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빠짐없이 담았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인간 성 전략의 핵심 메시지는 짝짓기 행동은 엄청나게 유연하며 사회적 맥락에 매우 민감하다는 것이다. 진화의 오랜 역사를 거쳐 설계된 우리의 복잡한 심리 기제 덕분에 우리는 짝짓기의 적응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융통성 있는 일련의 행동 레퍼토리를 장착하고 있다. 이들 레퍼토리를 사용하여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우리는 각각의 개별적인 상황에 따라 우리의 짝짓기 결정을 변형시킬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이라는 문제에서 어떤 행동도 불가피하거나 유전적으로 예정되어 있지 않다. 외도도 일부일처제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성적 폭력이나 성적 평정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으며, 질투심에 따른 배우자 호위도 성적 무관심도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나성은 영원히 채워질 수 없는 성적 다양성에 대한 욕망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외도를 할 숙명을 타고나지 않았다. 여성은 헌신을 하려 하지 않는 남성을 조롱할 숙명을 타고나지 않았다. 우리는 진화가 명한 성 역할에 속박된 노예가 아니다. 각각의 짝짓기 전략을 초래하는 조건들을 잘 이해함으로써 어떤 전략을 작동시키고 어떤 저냑을 휴지 상태로 둘지 우리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

왜 성 전략이 발달했으며 이들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게끔 설계되었는지 이해한다면 인간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는 강력한 지렛대를 얻을 수 있다. 마치 생리 기제의 적응적 기능을 이해하면 생리적 현상을 어떻게 변화시킬지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듯이 말이다. 예를 들어 피부의 특정 부위에 반복적으로 마찰이 가해지면 굳은살을 발달시키는 생리 기제가 우리 인간에서 진화했다고 해서 반드시 우리가 그 부위에 굳은살을 발달시켜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심한 마찰을 피한다면 우리는 굳은살이 생기지 않게 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질투가 남성에게는 부성을 보호해 주고 여성에게는 배우자의 헌신을 지켜내는 기능을 한다는 것을 이해한다면, 성적 부정이나 감정적 부정을 의미하는 단서들과 같이 질투심을 불러일으키는 환경적 조건들에 자연히 주의를 기울이게 된다. 마찰을 최소화 하는 환경을 만들어 낼 수 있듯이 우리는 원론적으로 질투심의 촉발을 최소화하는 애정 관계 또한 만들어 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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