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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읽은책이야기

(서평) 체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읽고

by --한소리 2019. 11.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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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내용은 말 그대로 '모터싸이클 다이어리'이다. 의학도인 에르네스토 게바라가 친구인 생화학자 알베르토 그라나도와 함께 모터사이클 '포데로사'를 타고 8개월동안 떠난 남미 여행 일기이다. 여행 초중기까지는 포데로사를 타고 여행을 하지만 이후에 모터사이클이 고장나면서 히치하이킹, 병원 및 경찰서에서 빌어먹는(?) 고행을 반복하며 여행을 꾸역꾸역 이어나간다. 여행기의 서문은 존재하지만 여행의 끝은 엄밀하게 서술되어 있지 않아 묘한 여운을 준다. 여행기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체게바라는 지금도 이렇게 책과 글 사진으로 남아 우리 마음속에 존재하는 구나 생각하며 마지막 장을 넘겼다.

 

여행 초기의 일기에는 낭만과 설렘, 새롭게 겪는 사람과 도시에 대한 감상이 꽤나 문학적이지만 어디까지나 그것은 여행 초기의 얘기였을 뿐, 여행이 중간을 지나면서 일기는 꽤나 건조해진다. 읽은 사람들 중에서는 중후반부의 지루함을 못견디고 책장을 덮는 사람도 있을 듯 하다. 

 

나는 모터사이클 다이어리를 읽으며 고등학생때 처음 떠났던 후쿠오카 여행을 떠올린다. 버스에서 부터 호텔의 거울, 비슷하게 생겼지만 다른 말을 하는 사람들. 공중전화부스 등 내가 살던 곳에서도 당연하게 쓰던 것들이 '여기는 내가 다른 곳이다'라는 인식의 변화만으로 모두 새롭게 느껴졌던 경험이 떠올랐다. 나의 일상적 맥락속에서 떨어져 나오니 내가 당연하게 여기던 모든 생활들이 하나하나 당연하지 않게 느껴졌다.

 

이처럼 여행을 가면 모든 것이 낯설고 새롭게 느껴진다. 여행은 여행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역설적으로 여행을 돌아왔을때 일상의 일상적이지 않음을 일깨워준다. 여행을 하면서 우리는 내재하고 있었던 자신의 문화적 관점을 뒤돌아보게 된다. 이 책 속에서 에르네스토는 다른 나라에 살지만 결국 같은 메스티조 민족인 사람들을 만나고 겪으면서 의사로서 사람을 고치는 것 이상으로 자신이 해야할 무언가가 있다는 것을 마음으로 새겼던 것 같다. 8개월 간의 남미여행은 에르네스토 게바라의 마음속에 혁명가 '체'로 변하게 하는 작은 씨앗이 되었음이 틀림없다.

 

좋은 여행은 무엇일까? 그저 좋은 추억에서 그치지 않는 여행. 상황과 문제를 새롭고 보다 깊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계몽적인 경험(영어로는 epiphany라고 한다)가 될 수 있는 여행. 여행에서 돌아온 이후에도 여행의 기억들이 여행자를 바꾸고 일상을 변화시키는 여행. 그런것이 좋은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번달에 떠날 미국여행은 비록 모터사이클을 타지 않지만, 체게바라의 모터사이클 다이어리처럼 내 마음속에 무언가를 바꾸는 여행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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