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날은 비가 정말 많이 왔다. 공연 시작하기 20분 정도 남기고 을숙도 문화회관에 도착했는데, 공연장에 사람이 반도 안 차있었다. 오늘 비가 많이 와서 사람들이 많이 못오나 보다 싶었는데, 공연직전에는 그래도 사람들이 꽤 많이 앉았다. 나도 가까이 살았기에 망정이지 멀리 살았으면 아마 못갔을 것 같다. 그만큼 비가 쏟아졌음.
말러는 처음이었다.
말러는 1800년 중반부터 1900년 초반까지 활동했던 음악가던데, 이정도면 현대음악가의 범주에 넣어도 괜찮을까?
적어도 내가 듣기로는 현대음악의 범주에 드는 것 같다. 내가 생각하는 현대클래식의 특성은 몇개가 있는데 이를테면 1.박자가 비정형적 2.음률에 클리셰가 없다. 3.어디가 코다인지 알 수가 없다. 말러교향곡은 세 가지에 모두 부합하는 것 같다. 나의 막귀로서는
특히나 멜로디가 익숙치 않은 현대의 교향곡을 이어폰으로 접할때면 익숙해질 수가 없다. 그 이전시대의 음악에는 어느 정도 귀에 익은 멜로디가 있다. 따라서 노래를 그대로 따라가는 것만으로도 즐겁게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현대음악의 경우 특히 교향곡의 경우 공연장에서 듣는 음악의 공간감, 생생한 현장감 같은 것이 음악적인 비중에서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생각이 든다. 클래식중에서도 교향곡은 꼭 직접 들어야하는 것 같다. 아무리 좋은 스피커로 듣는다 한들, 아무리 음향이 풍부한 헤드폰을 쓴다한들 현장에서 소리가 직접 공기를 진동시켜 살과 귀에 닿는 질감을 구현해낼 수가 없다. 그런 이유에서 이어폰으로 처음 말러의 음악을 듣고는 그닥...이었다. 에어팟으로 들은 말러는 집중을 할수가 없었다. 문맥을 따라갈 수 없는 책을 읽는 느낌
말러교향곡은 연주하기가, 지휘하기가 까다로운 편이라고 함. 나도 정명훈이 이끌던 서울시향 실황영상을 통해서 처음 말러를 접하기도 했고, 그 이전에는 아예 말러라는 음악가에 대해서 몰랐다. 부산에서 말러 교향곡을 시도하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고무적인 일이라고 한다.
뒤에서 딱딱거리면서 껌을 씹는 아주머니가 있어서 1악장을 분노에 휩싸인채로 들었다. 제대로 감상도 못한것 같음. 말러 6번의 부제는 Tragic인데 개인적으로는 트래직이 아니라 Rageful이 되어버렸다. 2악장부터는 주무시는지 다행히 더이상 소리가 나지 않아서 집중하며 들을 수 있었다.
말러 6번은 개인적으로는 부분적으로는 영화 ost 같기도 하고... 디즈니만화나 캐리비안의 해적이나 웅장하면서도 한편에 좀 코믹한 요소가 있는 부분에 들어갈 것 같은 사운드트랙의 느낌을 받았다. 멜로디가 노래로서 익숙하지는 않았고 어딘가 영화같은데서 상황을 묘사하는 음악으로서 많이 들어봤던 느낌을 많이 받음. 다른 교향곡보다 타악기의 비중이 높아서 였던 것 같다.
앵콜로 나왔던 George Bizet의 Les Treadors도 즐겁게 듣고 왔다.
말러 교향곡은 전에도 즐겨듣던 레퍼토리가 아니라서 개인적으로는 레퍼런스가 전혀 없었고, 나름 흥미롭게 들었다.
후기를 찾아보니 부산로얄필의 말러가 실망스러웠다는 후기도 있던데, 을숙도 문화회관 대공연장의 어쿠스틱이 좋지 않아서 일 수도 있다고 생각함. 여기서 공연을 본 것이 꽤 되는데(정경화,손열음,임지영), 매번 그런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개인적으로는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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